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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소개

사이시옷의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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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아웅아웅

우리집 고양이 꾸끼는 덩치는 너덧살 아이 같고 꼴에 노르웨이숲 품종이라고 멋진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이곳 저곳 사람이건 물건이건 넉살 좋게 치대며 다니는 고양이다. 정말 웃긴건 사고를 치다가 내 손에 목덜미를 잡혀 혼날 때면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입을 앙 다문 상태로 가만히 있는다. 마치 자기 눈에 안보이면 집사인 나도 사라질거라 믿는 양.17개월 내 아들도 그렇다. "꼭꼭 숨어라"를 외치면 어디 들어가서 숨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에 서서 앙증맞은 두 손으로 눈을 가린다. 자기에게 안보이면 남에게도 안보인다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나는 완벽하게 숨은(?) 아들에게 "우리 애기 어디 있니?"를 외치곤 한다.   나도 그랬다. 그것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연좌제로 단체 반성문을 쓰는게 분해서 반성문이 아닌 성토문을 썼던 것이 발단이었다. 반 아이들은 1시간 넘게 자리에 꼼짝 못하고 앉아 담임 선생님이 나를 욕하며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난 자리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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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필휘지 7분. 삶과 병과 인생

1. 타이머 7분. 이제 시작합니다. 땡. 2. 밤새 몇번이나 깼습니다. 갈증과 화장실로 왔다갔다 한 것을 보니 자율신경계가 아직 정상이 아닌가봅니다. 3. 이럴때 먹으라고 준 알프라낙스. 몇번 깨고 난 다음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지금 먹으면 하루종일 쳐진 상태가 될 것입니다. 현재 시각 4시 12분. 4. 얼마전 같이 독서모임을 진행할까해서 의기투합한 분이 있는데 일단 서로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는데 이분 장난이 아닙니다. 5. 다양한 모임, 커리어에 도전을 하고 그 안에서 경험을 쌓으시는 분. 역시 나이는 그냥 숫자에 불과합니다. 인생을 진지하고 뜨겁게 사신 분. 6. 이번주 월, 화요일 아파서 회사에 못갔습니다. 7. 그래서 주사로 승부를 보는 통증의학과에서 주사를 8방 맞고 일어났습니다. 경추, 척추 신경절과 목 양쪽에 있는 성상신경절에 주사를 맞았습니다. 8. 이 주사가 다이나믹한게 뭐냐면 실시간 엑스레이로 바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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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의 원숭이: 기록을 남기지 않는 메모법

세 마리의 원숭이 세 마리의 원숭이가 있습니다. 한 마리는 귀를 가리고 있고 다른 한마리는 눈을, 나머지 한마리는 입을 가리고 있습니다. 수 많은 정보를 들어도 못들은척, 봐도 못본척해야 하고 입이 무거워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많은 것을 기록해야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록으로 남기면 안되죠. 쉿.   비어있는 비서 실장의 수첩 제가 좋아하고 따르는 K형은 꽤 큰 공기업에서 CEO를 수행합니다. 특유의 꼼꼼함과 똑똑함으로 그 자리에서 일하고 있죠. 언젠가 형을 만났는데 수첩을 꺼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 회사의 수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사람의 수첩이라 호기심이 생긴 저는 기린처럼 목을 쭉 뻗었습니다. “여기엔 아무것도 없어” 라고 말하며 수첩을 휘리릭 넘겨서 쭉 보여줍니다. 손바닥만한 수첩은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질때까지 그 어떤 글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각 페이지에 포스트잇이 한장씩 붙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기대했던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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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냥 일을 하러 간다

시한부 인생의 마지막 도전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09년에 최설 작가는 의사에게 시한부 선고를 받았습니다. 이름도 예스러운 병 결핵. 그중에서도 치료약이 없는 슈퍼 결핵을 앓고 있었거든요. 의사의 이야기를 들은 작가는 죽기 전에 장편 소설이라도 남겨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에 병상에서 A4 원고지 100장 분량의 '소년의 일생'이라는 첫 장편 소설을 완성합니다. 하지만 장편 소설은 죽고 작가는 살아납니다. 소설은 공모전에서 탈락했지만, 작가는 그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기적 같이 임상시험 치료에 성공하면서 더는 죽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었거든요.   1년에 360일 병마에서 살아남게 된 그는 2010년경 에브리맨이라는 소설에서 위의 대사를 만납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고백하자면, 나를 소설가로 만드는데 저 말보다 더 큰 몫을 한 것은 없다."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작가는 1년에 360일은 정해진 시간, 정해진 카페에 가서 그냥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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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능력을 쌓고 싶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지름길

세컨브레인 커뮤니티의 구요한님을 만난 이후의 일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프로급의 능력을 보이는 분을 만난것이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넓고 얇은데 그분은 넓고 깊어보였으니.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을 가진 분이었다.   그 후 얼마지나지 않아 신경과 선생님과 진료 겸 면담 시간이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 강점을 지닌 사람을 만났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하니 선생님 왈. '그런 사람들은 보통 자기의 업무와 관련된 곳으로 가지를 뻗어나가기 때문에 가능한거에요. 사이시옷씨처럼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분야까지 가지를 뻗으면 무리해서 몸이 뻗는거에요. 사이시옷씨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저 같은 경우도 신경과와 관련된 업무 외에 가지를 뻗어나가지 않아요. 그렇게 하다간 제 몸이 못버티거든요. 아니 이병을 앓던 말던 보통 사람들도 힘들거에요. ' 듣고보니 일리가 있다. 요한님이든 내가 닮고 싶은 키님이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바탕으로 가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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