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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그 때 내가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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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부터 맡아선 안되는 일이었다. 내 스스로 해당 분야의 부족함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요행을 바라며 잘 넘어가려나 싶었던 일은 결국 잘못되었다.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그걸 빠르게 인정하는건 내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난 그렇게 살아왔다. 잘못을 인정하고 나면, 거기에서부터 해결 방안들이 나오게 되는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물론 책임을 지는건 별개이다. 그래도 잘잘못을 따지는 지리한 시간들은 모두 스킵할 수 있기 때문에 수습을 빨리 하고 나아갈 수 있는거 같다.

내 잘못을 얘기하고 책임지겠다고 얘기했을 때(그렇다. 우리는 성인이 된 후, 이제 내 말과 행동을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 지금도 Peter가 얘기한 말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너 잘못이 아냐. 너가 책임질 일은 하나도 없어.”

Peter는 심지어 그 날 대화를 하면서 내게 짜증을 단 한번도 내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렸지만, 나를 향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그 말은 어쩌면 마침표가 찍힐 뻔 했던 이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게 해주었다.

실패하지 않는 조직은 사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과 같다. 실패를 했을 때 배울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성장의 기회로 삼는게 중요하다. 조직의 회복 탄력성은 실패 후 리더가 어떻게 그 과정과 결과를 수용하고 앞으로 나아가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 Key

나는 정치적인 태도를 일삼는 직원들과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다른 타인탓으로 돌리는 직원들을 최우선적으로 정리하는 편이다. 리더의 자세도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동료들도 동일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걸 이용하는 직원들이 생기게 된다. 이런 직원들은 전체 조직의 분위기를 삽시간에 망치곤 한다.

Peter는 그 때 멋진 리더쉽으로 나를 보듬어줬다. 당연한게 아니냐고? 아니다. 작은 손해도 용납 못하고, 자신의 잘못조차 남탓을 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엔 넘치도록 많다.

어쨌든 난 그의 말에, 이 실패를 묻어버리거나 도망치는게 아닌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분명 당시 “내가 한번 만들어볼께.”란 내 말은 즉흥적이었다.

내가 그 때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내 세상은 지금처럼 확장되지 않았을 것이다. 천재들과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망설여진다면 어려운 길을 선택하자.

이런 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실 크립토와 개발에 대한 방대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 실제 금융쪽에서 경험 많은 시니어 개발자의 몸값이 상상을 초월하게 높은 이유이다. 한 가지만 잘 한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또 금융 전반의 매커니즘을 이해해야 가능한 일이다.

내가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얘길 했을 때, Peter는 “너가 만들 수 있는게 아냐.”(금융 전반의 이해가 필요했기에)라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빠르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그 날 바로 자신의 회사와 핵심 인재들(퀀트 수학자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을 내게 소개했다. 그 자리에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은 이 후 자신의 전문 영역에 대해 핵심들을 내게 빠르게 가르쳐주었고 일을 하면서 묻는 초보적인 질문들에 친절하게 답을 알려주었다. 나는 이 시간 동안 누구보다 빠르게 관련 내용들을 학습할 수 있었는데, 이전의 지식 관리 방법이 큰 도움이 되었다. (Feat. 옵시디언, 데본싱크)

그 날 밀도있는 식사 자리를 통해 이 프로젝트의 네트워크는 Peter가 아닌 나를 중심으로 확장되었고, 이후 난 그들의 경험과 지식들을 빠르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는 다시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빠르고 많은 확장으로 이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정이 흥미로운 건, 조직내 인간 관계의 밀도가 마치 옵시디언의 그래프 뷰와 유사하다는 점이었다.

몇달 뒤, 우리는 더 안전한 CEXs(거래소) 차익 거래봇을 만들었고, 크라켄에 성공적으로 온보딩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배운 여러 노하우로 메타트레이드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한 수익율 높은 완전 자동 트레이드 봇들을 연달아 만들 수 있었다.

인생은 시간이란 X축과 만난 인연을 Y축으로 쌓아나간 결과 – Key

PETER의 지지와 지원으로 내 인생은 퀀텀 점프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인연과 신뢰는 중요하다. PETER는 자신의 메인 네트워크에 나를 연결시켰고, 나는 능동적으로 나와 그들을 연결해 나갔다.

Peter의 조심성도 나에겐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후에도 여러번 안전 장치가 몇겹으로 있는 필드 테스트 운용만을 허락했다. 이는 이번 해킹 사건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몸에 뵌 습관같은 조심성 때문이라는걸 함께 일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는 고객이 자신에게 믿고 맡긴 자금을 가지고 모험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확증적인 믿음이 있어도 그렇게 하지 않더라.

흔히 스타트업에서 우선 쉽핑하고 문제점을 빠르게 개선하거나 해결하는 방식에 익숙한 나는 이런 점이 처음에 무척이나 답답했지만, 몇번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통해 Peter의 기준 보다 오히려 더 엄격한 테스트 프로토콜을 만들었다.

돈은 모니터위에서는 단지 숫자였다. 그렇지만 그 숫자는 조회수나 팔로우수가 아니었다. 실제 고객들이 맡긴 돈이었다. 시장 때문에 손실이 날 순 있지만, 시스템 때문에 손실이 나서는 안됐다.


마지막으로 가장 크게 배운 점이 하나 더 있다.

이런 (금융 등 돈을 다루는) 앱의 경우 무엇보다 보안과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단순하게 숫자들이 데이타베이스에 저장되고 보여주는게 아니었다. 그 숫자들은 실제 돈이라는 점에서 시스템이나 앱이 공격을 받았을 때 그 피해는 즉각적이고 복구 불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특히 크립토의 경우 한번 다른 지갑으로 이체되면 찾을수 있는 방법은 아예 없다.

파이낸스 인더스트리의 시스템 보안 레이어가 그토록 두텁고 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겹겹이 구성되어야 함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과거 모 은행에서 ‘메인 시스템과 분리된 리워드 포인트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Front와 Backend 컨설팅을 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헤더 PM이 오라클 클라우드로 시스템을 설계할 때, 나는 ‘왜 이렇게까지 과하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비용보다는 보안과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갔다. 그 땐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된, 당시엔 비합리적 +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게 지금은 타협할 수 없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들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게 된다. 늘 더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겪어보니 알겠더라. 효율과 비용 절감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라는 걸.

그냥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는 생각을 버려야겠단 다짐을 했다. 2중 3중으로 더 확인하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하고 대비해야 한다는걸 배웠다.

악몽같은 사건 이후, 이렇게 보안에 대한 경각심은 이후 봇 개발을 할 때 외부 보안 뿐만 아니라 내부 보안에서도 상세한 정책과 매뉴얼 작성의 기초가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봇을 함께 만들게 된다. 새로운 알고리즘의 적용, 마켓 테스트, Candidated Version, 그리고 Final Version까지 이후 코드 커밋 및 버전 관리 등 모든 분야에 있어 각 유저별로 단계별 보안 프로토콜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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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캔락의 연금술사, 투자, 재테크, 경제적 자유, 원칙 등의 주제에 대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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