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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끓여주세요." - 생각 흐름 정리


물을 끓여주세요.

간단한 문장을 번역해봅니다.

 

이 문장 다음에는 "면과 스프를 넣고 끓여주세요"가 이어지는 맥락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문장입니다.

 

유명 브랜드의 라면 봉지에는 이러한 안내가 있습니다.
Boil 550 ml of water. Add noodles, soup base, and vegetable mix.

간단하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습니다. 다만 저는 "물을 끓여주세요."라는 한 문장을 번역해야 할 뿐입니다.

 

"Boil water."라고 적어봅니다.
그리고 고민을 시작합니다. '이렇게만 적으면 정보가 충분할까?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얼마나 끓여야 하는지 알 수 있을까?' 한국에서 라면 조리법을 가지고 이렇게 고민할 사람은 아마 없을테지만 이 문장은 라면에 친숙하지 않은 해외의 누군가가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럼 문제가 될 수 있을 거라 판단합니다.

 

'boil'의 뜻은 사전에서 다음과 같습니다.
 when a liquid boils or when you boil it, it is heated to the point where it forms bubbles and turns to steam or vapour
네, 액체를 뜨겁게 하여 거품이 올라오고 김이나 증기가 나게 되는 게 'boil'의 사전의 정의입니다. 여기에 '언제까지 끓일까'를 고민해봅니다.

 

"Boil water until it bubbles."

한번 이렇게 적어보고 다시 고민해봅니다. 'boil'에 뜨겁게 가열해 거품이 올라오게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데 '역전 앞'과 같이 의미가 같은 표현이 중복으로 쓰인 것은 아닐까.

"Heat water until it bubbles."
좀 더 의도한 대로 표현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until it bubbles'를 보고 오해가 생기지 않을까 고민해봅니다. 그 다음에는 물을 안 끓여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결국 두 번째 번역으로 돌아갑니다.

"Boil water until it bubbles."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확신할 수 없지만, 최소한 이 다음에 "면과 스프를 넣고 끓여주세요."가 이어져도 괜찮아 보입니다.

이렇게 이 문장을 마무리하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갑니다. 이렇게 70개만 더 번역하면 오늘 업무 끝입니다. 아, 그 사이 이메일이 하나 더 왔네요.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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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_________________

이어질 내용들

  • 번역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10가지 이유
  • 번역 메모리란?

Edited by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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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개의 댓글


추천 댓글들

  • 커뮤니티 안내자
Key

Posted

진짜 번역이라는게 어떤건지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을 옆에서 살펴본 그런 기분이내요. 

정말 이렇게 많이 고민을 해야하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특히 글로 명기해야 하는 번역의 어려움은 일상적인 대화와는 또 다르겠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좀 반칙이내요. 아침부터 라면 + 소주가 땡기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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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극의 세컨드브레인

Posted

우와... 번역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더더 힘든 일이내요.

설명서의 형태에서도 이렇게 고민하는데 인문서적 번역은 정말 어마어마할 것 같아요;

결론은 라면 맛있겠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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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DS

Posted

그래서, 진라면인가요 신라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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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뮤니티 안내자
Key

Posted

1 hour ago, 이태극의 세컨드브레인 said:

우와... 번역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더더 힘든 일이내요.

설명서의 형태에서도 이렇게 고민하는데 인문서적 번역은 정말 어마어마할 것 같아요;

결론은 라면 맛있겠내요😋

전 오히려 글 읽고, 인문 서적은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문득

문학 작품이나 영화 등의 번역은 또 다른 기술들이 필요하겠내요.

음, 다시 생각해보니 번역이라는게 뭐하나 쉬운게 없고 엄청나게 어려운 작업이었내요.

34 minutes ago, CMDS said:

그래서, 진라면인가요 신라면인가요?

색깔과 건더기 유무를 봤을 떄, 일단 신라면은 아닌거 같습니다.

전 참깨라면이 맛있는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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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w

Posted

13 hours ago, Key said:

전 오히려 글 읽고, 인문 서적은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문득

문학 작품이나 영화 등의 번역은 또 다른 기술들이 필요하겠내요.

음, 다시 생각해보니 번역이라는게 뭐하나 쉬운게 없고 엄청나게 어려운 작업이었내요.

색깔과 건더기 유무를 봤을 떄, 일단 신라면은 아닌거 같습니다.

전 참깨라면이 맛있는거 같아요 >.<

사진은 저작권 무료 이미지를 가져온 건데 저는 열라면을 좋아합니다. 

뭐든 쉽지 않지만, 사실 쉽지 않아 재밌어요.

내일은 어떤 일이 펼쳐질지, 이번 어려움을 통해 나는 또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돼요.

 

14 hours ago, CMDS said:

그래서, 진라면인가요 신라면인가요?

중요한 건 라면에 밥을 말아먹을까 아닙니까아?ㅎㅎ

 

16 hours ago, Key said:

진짜 번역이라는게 어떤건지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을 옆에서 살펴본 그런 기분이내요. 

정말 이렇게 많이 고민을 해야하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특히 글로 명기해야 하는 번역의 어려움은 일상적인 대화와는 또 다르겠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좀 반칙이내요. 아침부터 라면 + 소주가 땡기내요.

라면에 와인도 잘 어울려요! 

 

15 hours ago, 이태극의 세컨드브레인 said:

우와... 번역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더더 힘든 일이내요.

설명서의 형태에서도 이렇게 고민하는데 인문서적 번역은 정말 어마어마할 것 같아요;

결론은 라면 맛있겠내요😋

언젠간 출판 번역을 해야지 생각은 하고 있는데, 선뜻 넘어가지 못하는 건 그 맥락 파악을 제대로 못할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에요. 언제 만나 라면에 와인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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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뮤니티 안내자
Key

Posted

열라면은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거 같은데, 한인 마켓 가서 장볼 때 한번 찾아봐야겠내요 >.<

라면에 와인도 잘 어울리다니, 전혀 몰랐는데요! 한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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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맨

Posted

영어 -> 한글이 아니라, 한글 -> 영어 번역인가요? 이건 번역이 아니라 영작 수준이네요. 생각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서 좋네요.

  • Lik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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