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 피천득님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
이동 중에 @사이시옷님의 최애 작가인 피천득님의 수필집을 꺼내 읽었다.
오래전에 읽었던 책들의 사랑했던 문구들을 다시 읽으니, 오래전 친하게 지낸 동네 친구를 오래간만에 다시 만난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 당시 좋아했던 문구들은 지금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구나.
1. 여러 사람을 좋아하며 아무도 미워하지 아니하며, 몇몇 사람을 끔찍이 사랑하며 살고 싶다.
2. 나는 나의 시간과 기운을 다 팔아버리지 않고, 나의 마지막 십분지 일이라도 남겨서 자유와 한가를 즐길 수 있는 생활을 하고 싶다.
3. 나는 사과를 좋아하고, 호도와 잣과 꿀을 좋아하고, 친구와 향기로운 차를 마시기를 좋아한다."
나의 사랑하는 생활에 나오는 구절들인데, 사실 별표와 밑줄까지 그어진 내가 가장 사랑했 구절은
"나의 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 고운 얼굴을 욕망 없이 바라다보며, 남의 공적을 부러움 없이 찬양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다.
예전에도 이 글들을 읽으며, 어떻게 살아야겠다. 생각을 했던적이 많았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스스로 경계하는 어떤 부분들은 내 실수가 아닌 이런 글들을 통해 얻게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부러움보다는 찬양을 하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더 많이 내며, 삶의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고, 내 삶의 중심과 원칙을 지키는 것.
문득 이 페이지에 하트와 별들과 함께 메모해 둔, "이렇게 살고 싶다."라는 짧고 거친 글자들을 보면서, 예전의 나와 피천득님과 마주한 느낌을 받았다.
오래된 책이 주는 놀라운 경험.
문득, 바쁜 삶에서 잊혀진 이름이었는데, 지금 다시 꺼내 읽어보니, 우리 제법 친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짝이던 20대가 있었고, 그 때 친구들과 허름한 테이블에 둘러 앉아, 촛불을 켜고 와인을 마시며 밤세 얘기했던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언제 한번 모이자고 연락을 돌렸다.
바쁜 일상속에서 이동 중에 감사한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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