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에 놓치지 않고, 함께 기록해야 하는 단 한 가지
주위에서 듣고 보아온 메모는 들으면서 적거나, 읽으면서 적어거나, 생각나는 것을 적어보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대로 실천해 보면, 그 후에 어려움에 부딪힌다. 일단 적긴 했는데, 기록한 메모를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어려움. 어려움에서 파생되는 가장 좋지 않은 결과는 ‘스스로 적은 메모가 쓸모 없다고 느끼는 경험’이다. 이런 경험을 공유하시는 분들은 ‘메모를 적극적이고 왕성하게 하는 것’에 부정적으로 보는 것을 여럿 목격했다.
나는 메모를 많이 하지 않았음에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유행에 따라 다이어리를 사고, 포스트잇을 사고, 메모앱을 찾아보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연말의 다이어리가 연초 구입 당시의 다이어리와 기록된 양에서 크게 차이가 없고, 포스트잇에 이것저것 적었지만 시간이 지나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흐릿하고, 메모앱을 이것저것 써 보았지만 이유 없이 적힌 메모가 여기저기 흩어지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가치없는, 쓸모없어 보이는 메모들.
그러던 어느 날, 하루 종일 무언가를 적어내는 나를 보며 이전과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다. 달라진 부분 중 눈에 띄는 것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메모와 함께 기록하면서부터 였던 것 같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이 질문은 내가 적어내는 모든 메모의 시작이 된다. 이 부분이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생각을 적을 때, 그 생각을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어떻게든) 기억해내서 ‘질문의 답’을 기록으로 함께 남겨놓는다.
이런 기록 방식이 익숙지고 달라진 점이 몇 가지 더 있다. 그 중 하나는 글을 읽을 때도 같은 사고방식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다.
‘..님은 오늘 어떤 일로 XX에 대해 고민이 많으셨나보다.’
‘…님은 유독 과거의 글이 눈에 밟혔던 이유가 있었을 것 같아.’
‘…저자는 이런 글을 쓰기 전에 어떤 글을 읽었을까(또는 어떤 경험을 했을까)?’
…로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나에게 있어서 이 질문의 최대 효과는 나 스스로의 삶에도 동일한 관점을 적용하면서부터 마술처럼 나타났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관심 있어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있어서 밀도있고 선명하게 보게 되었다. 각각의 메모들이 연결되면서 눈치챌 수 없었던 가치가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생각과 메모가 켜켜이 쌓이다보면, 내가 쓰고 있는 모든 것이 결국 ‘내가 누구인지’라는 곳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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