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에서 악당들이 주인공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뺏고는 이런말을 한다. “숨쉬고 살게는 해드릴께…”, “살아 있게는 해드릴께…”
그런데 이렇게 살아남은 주인공은 그냥 숨만 쉬며 살지 않더라.
Kings Never Die!
엄청난 노력으로 눈부신 성장(체력이나, 부, 싸움 기술, 권력 등)을 한 후 나중에 시원하게 악당에게 복수를 하곤 한다.
힘들었던 생존의 가치는 복수의 완성으로 증명된다.
이야기 전개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장치들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악당은 주인공의 성장을 위한 가장 큰 은인이 되는 셈이다. 녀석들이 없었다면, 주인공은 각성하지 못했을테니.
정말 숨만 쉬고, 하루 하루 그냥 살아만 있었을수도 있었는데, 보통의 주인공은 그렇지가 않다.
문득,
생존,
위 이야기처럼, 그 의미 그대로의 “생존”만으로는 의미가 없단 생각이 든다.
절치부심. 그런 생존이 필요하다.
#2
뉴욕 첼시에 있는 구글 캠퍼스
약속이 있어 들렸다가 구글 캠퍼스 바로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우연찮게 아는 스타트업 대표님을 만났다.
코로나 팬데믹 전 모임에서 봤으니 3년만에 본거 같다. 팬데믹 기간 동안 내 주변의 시간이 빠르게 흘렀는지 3년만에 보는건데도 몇달만에 다시 만난 그런 느낌이었다.
당시에 얘기를 나눴을 때, 개인적으론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스타트업을 하고 계셨다.
내가 해당 인더스트리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던거 같다.
얘기 들으면서 ‘가슴이 두근 두근 뛰면서 재미있겠다. 와 이건 되겠는데!’라는 생각보다는 “음… 흠… 그렇군요…” 하고 대답만 했던거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개인적인 흥미보다 그 분야에 대한 무지 때문이었던거 같다.(설명을 하던 그 분의 반짝이던 눈이 아직도 선하다.)
그 대표님의 사업은 특정 업종의 전문가들을 위한 링크드인 같은 서비스였는데, 해당 업종이 사실상 코로나 팬데믹 초반에 직격탄을 맞은 곳 들이라서 무척이나 힘들었을텐데, 그 시기를 잘 견뎌내고 지금도 계속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 중이라고 하신다.
처음 아이디어에 대해 얘기를 들었을 때,
- 그 특정 분야의 전문직을 위한 링크드인 같은 서비스가 과연 필요할까?
- 어떻게 그들을 네트워킹 할 수 있을까?
-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
- 광고 모델? 등등
그 사업이 잘 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안 될꺼 같은 이유들만 머리속에 떠올랐었고, 얼마 못가 피보팅을 하지 않을까? 또는 망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잘 견디고 버텨낸거 같다. 당시엔 직원이라 할만한 사람도 몇명 없었는데, 이제 작은 팀 단위로 성장했고, 다른 돈이 되는 일을 하지 않고 오로지 해당 비즈니스 모델만으로 생존했다는 점에서 축하의 인사를 건냈다.(결이 비슷한 유사한 사업 모델로 현재 뉴욕에서 엄청 핫한 회사가 있는데, 이 때 깨달았다. 아 두 사업의 본질이 비슷하구나.)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보낸 짧은 시간 동안, 진행 중인 업데이트와 확장에 대해 설명할 때 눈이 반짝 반짝 빛난다. 열정이 느껴졌다. 그렇게 ‘정말 일을 재미있게 즐기고 있구나 부럽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열정에 나는 쉽게 전염되는 타입이라,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내가 무언가 도울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헤어졌다.
집에 오는 길, 차분히 그 대표님의 웹사이트와 앱들을 살펴봤다.
3년전 처음 봤을 때보다, 많이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PMF가 강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나라면 음… 이렇게 접근해보는건 어떨까? 이런 상상들을 해봤다.
스타트업에서 성장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그 성장 곡선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을 때, 나는 습관적으로 “그럼 어떻게 시장 수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또는 “몇가지 핵심 평가 지표 중 어떤 항목을 제일 빠르게 개선시킬 수 있을까?” 등등의 고민을 한다.
때론 이런 내 접근 방법이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아무도 이런 얘기를 안할 수는 없다.
적어도 이런 불편한 얘기들을 통해, 제한된 리소스를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조직의 우선 순위는 어떻게 잡아야 할지 등등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난 오늘 만난 대표님을 응원하고 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생존과 성장은 사실 전혀 다른 건데…" 단순하게 생존해 있을수는 있다. 근데, 시간이 지나도 그냥 살아만 있다면 그건 좋은게 아니다. 아름다운 J커브 곡선의 성장은 못해도, 느리고 더디더라도 꾸준한 성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주인공이 된다.
더딘 성장도 성장이다. 그리고 때때로, 사람도, 사업도… 그 더딘 성장의 지루함을 이겨내고 점프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는 이유만으로 실수에 집착하지 마세요.)
많은 경우 포기는 보낸 시간에 비례해 어렵기 마련이다.
이는 협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거래 당사가간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협상을 했을 때, 협상 자체가 결렬되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은 자신이 쓴 시간을 의미있는 시간으로 만드려는 경향이 있다.
가령 많은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했지만, 성과가 안나올 때, 쉽게 덮기 어렵다. 아쉬움일수도 있다. 그래서 탁월한 세일즈맨들은 딜 클로징을 하기 전에 고객의 시간을 최대한 많이 뺏으려고 한다.
협상 상대방에게 이 계약을 위해 지금까지 검토한 시간을 리셋한다는건 정말 강력한 압박을 준다.
응원 가득 + 성장에 대한 아이디어를 담아 대표님께 메일을 썼다.
그 대표님이 몇해 동안 집중한 시장에서 얻은 경험과 연구 등은 분명, 남들보다 뛰어난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때때로, 한 곳만 뚫어져라 노려봤을 때 그 주변이 안보이는 것 처럼, 약간만 고개를 돌려도 의미있는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많은게 이미 준비 된 경우가 많다.
퇴근하는 기차 안에서 노트북을 꺼내 메일을 보내고, 괜한 오지랖인가 싶은 생각에 또 마음이 불편했는데, 바로 회신이 왔다.
메일 고맙다, 검토해보겠다. 괜찮은 아이디어다 이런 답장이 아니라, 지금 바로 해당 기능을 만들어서 보내줄테니 주말 동안에 테스트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알겠다고, 답장을 보내면서… 문득…
“그래 팬데믹 기간 동안에 어쩌면 그냥 숨만 붙어 살아있었던게 아니었을지 몰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에 있는, 무언가 그 결과로 인정 받기 보다, 그 과정 자체를 더 좋아해야 한다.는 그 말이 떠올랐다.
이런 실행력이라면, 다음 몇달 뒤가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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