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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대마법사와 연금술사 함께 같은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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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TITAN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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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마자 Peter는 안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자신의 운전 기사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의 차를 준비해달라는 얘기를 하면서 “오늘은 직접 운전할꺼니까 일찍 들어가도 좋다.”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 곰곰히 아까 Peter가 한말을 생각해봤다. ’10만불(한화 약 1억 3천만원)이 2년 뒤 1,450만불(한화 약 188억)이 된다고? 이런게 말이 돼?’ 평범한 머글이지만, 난 이미 몇개의 부동산이 있었고, 오랫동안 주식과 크립토 투자도 해왔다. 운이 좋았는지 내 자산 투자 수익율은 평범한 머글 중에선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심지어 내 주변엔 날 따라 카피 트레이딩을 하는 지인들도 많았다. 물론 최근 몇달 동안 대마법사와 마법사들을 근거리에서 지켜보면서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엄청난 수익을 내는지 알게된 후였지만 100번 양보해도 여전히 납득할 수 없는 숫자였다. 그들 마법사들도 분명 그럴터였다. 이런 얘길 Peter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면 난 100% 사기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마법사들과 어울리면서 나는 내 현실감을 유지하기 위해 더 노력했었다. 어쩌면 그들의 세상은 내겐 환상같았고 난 그들의 일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제까지 살아온 삶과 커리어가 달랐으니까. 그렇게 스스로 난 이방인일뿐이라고 거리감을 두고 있었다. 내가 그들의 세상에 발을 디딜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이 모든 일들이 어느 정도 끝났을 때(정리가 되었을 때) 허탈하지 않을거 같았다. 다른 마법사들이 내게 보이는 존중도 모두 Peter 때문일거라고 생각했다. 성공한 대마법사들과 함께 어울린다고 내가 대마법사가 되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한참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선 Peter를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그를 따라갔다. Peter는 어딘가와 계속 통화를 하고 있었다. 우리 둘 다 다시 대화를 시작한건 Peter의 차를 타고 맨하탄을 벗어나 롱아일랜드로 향하는 495 하이웨이의 트래픽에 갇혔을 때였다. Peter는 몇차레 통화가 끝났고, 그제서야 내게 다시 말을 걸었다.

Peter는 우선 내일부터 좀 더 다양한 방식의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얘길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게 해당 봇 자체를 어떤식으로든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얘길했다. 일단 봇을 더 많은 베틀스테이션에서 테스트 운용을 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추가적인 안전장치가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전달한 봇 파일은 컴파일된 상태라 소스 코드를 볼 순 없지만, 문제는 봇 자체를 복사하면 누구든지 자신의 메타트레이더에서 봇 운용이 가능했다. Peter는 내게 이걸 막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거였다.

나는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Peter에게 대답했다. “분명 방법은 있을꺼야. 한번 찾아볼께.” 그리고 이어서 Peter는 새로 설립하는 회사 얘기를 했다. 그 회사의 지분을 내게 49% 주겠다는 얘기였다. Peter는 그러면서 내가 좀 더 이 일에 온전히 집중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게 2년 뒤에 우리 함께 Exit 하자고 얘길 했다. “너가 원한다면 넌 더 일해도 좋아. 그렇지만 난 2년 뒤에 Exit 하고 싶어. 늦잠을 자고 일어나 늦은 점심을 먹고 세상 지루한 책을 읽다가 오후 2시에 낮잠을 자는 삶을 살고 싶어.” 난 Peter에게 “지금도 충분히 그럴 수 있잖아?”라고 되물었다. Peter는 날 보며, “지금은 챙겨야 할 일이 너무 많아.내 삶은 너무 고단하고 치열해.”라고 대답했다. 늘 Peter는 세련되게 얘기하며 유쾌해 보였다. 자신만만하고 화려한 삶을 사는거 같았다. 그런 Peter도 어쩌면 엄청난 압박감을 받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2시간이 넘게 걸려 Rosa’s Pizza에 도착했다. 뉴욕의 교통 체증은 정말 끔찍하다. 우리는 치킨 앤 브로콜리 슬라이스 피자를 각자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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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a’s Pizza

Pizza가 나오자 Peter는 자리에 앉기 보다 헌팅턴의 올드 다운타운 거리를 걷자고 제안했다. 우린 그렇게 헌팅턴 올드 다운타운 거리를 나란히 걸으며 Pizza를 먹었다. 맨하탄이나 퀸즈 등에서 느낄 수 없는 그런 거리였다. 유럽 느낌이 나는 건물들엔 오래된 상점들이 들어가 있었고, 쇼윈도는 각각 독특하게 꾸며져 있었다. 거리는 깨끗했다. Pizza를 먹으며 Peter는 일 얘기가 아닌 시시콜콜한 사는 얘기를 했다. 음식을 먹을 때 일얘기는 그에겐 금기시되어 있었다. Peter는 늘 그렇게 강약을 조절할 줄 알았다. Pizza를 다 먹고 시원한 커피를 산 후 우린 근처 요트 클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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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d Spring Harbor

여름의 긴 해가 지고 있었다. 우린 커피를 마시며 지는 해를 한참 동안 말 없이 바라보았다. 오랜 친구 사이에 느낄 수 있는 편안한 침묵의 시간이었다. Peter는 그 특유의 장난기 있는 목소리가 아닌 차분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큰 욕심을 부리자는게 아냐.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빨리 Exit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 너도 나랑 같은 꿈을 꾸면 좋겠어. Chris 말로는 현재 알고리즘이 시장 상황에 맞춰 계속 미세 조정과 최적화를 한다면 앞으로 2년 정도는 유지될 수 있을거라고 얘길하더라. 그치만 나도 David도 그렇게 생각을 안해. 언제 깨질지 모르고, 또 안정도를 높히다 보면, 수익율은 당연히 지금보다 휠씬 내려갈 수 있을거야. 그래도 엄청나긴 해. 내일부터 다른 접근 방식의 새로운 알고리즘을 Chris 팀에서 연구 개발할거야. 만약 현재 봇을 운용하다가 우리가 견딜 수 있는 MDR(Maximal Drawdown %)이 깨지면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바로 대체할 수 있는 봇을 준비하자는거야. 막상 사건이 터지고나서 새로운 대체 봇을 준비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수도 있으니까.”

난 Peter의 얘길 듣다가 “MDR이 뭐야?” 하고 물었다. 난 늘 Peter에게 모르는 단어나 개념에 대해 편하게 물어봤고, Peter는 그럴때면, 신나하며 내게 설명을 자세히 해주곤 했다.

Peter는 자세를 고쳐 앉고 날 바라보면서 MDR에 대해 설명해줬다.

“밸런스 대비 한번에 잃을 수 있는 최대 손실률을 의미해. MDR이 우리에겐 중요해. 만약 수익율이 엄청나게 높아도, MDR이 50%라면 그런 봇을 이용할수는 없겠지?” 난 Peter에게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줘.”라고 부탁했다.

“음 그러니까 예를 들면, 투자금이 100만불이고, 수익율이 일년에 50%라고 해보자. 근데 MDR이 만약 50%라면. 수익율이 50%니까 일년 뒤 총 투자금은 150만불이 되겠지? 그런데 만약 MDR이 50%면, 중간에 조금씩 수익이 나다가 50만불을 손실본다는 얘기야.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하는데, 만약 140만불이 되었을 때 50% 손실이 나면, 다시 70만불로 떨어지는거잖아. 문제는 이런 최대 손실이 한번만 발생한다는 것도 아니고. 이런걸 다 떠나서 1년 뒤 150만불이 된다고 해도, 중간 중간 최대 50%씩 박살 날 수 있는 매매 전략을 견딜 수 있는 멘탈은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걸? 그러니까 중요한건 수익율을 조금 낮추더라도 MDR을 관리하는게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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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Jiang이 설명해 준 Drawdown 계산 예제

Peter는 계속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내일부터 30일간 실거래 어카운트에서 봇이 돌아갈거야. 그러고 나면 아마 의미있는 몇가지 데이타들이 나오겠지. 물론 운영 기간이 절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신뢰도는 낮지만 그래도 기준 데이타가 될순 있을거야. 모든 마법사가 지금 가장 궁금해 하는건 사실 수익율 보다는 MDR야.”

난 Peter의 설명을 듣고 MDR에 대해 이해를 했다. 난 Peter에게 “최대 허용 가능한 MDR은 그럼 몇 % 정도인거야?”라고 되물었고, Peter는 “적을수록 좋지, 지금 봇의 경우라면, 수익율이 낮아져도 MDR이 5-10% 정도가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최대 MDR야. 무조건 10% 이내로 관리될 수 있어야 해.”

Peter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2년을 목표로 한번 해보자. 너가 할일이 많지는 않을꺼야. 다만 지금처럼 내 옆에 있어줘. 그리고 연금술팀을 이끌어줘. 그 보상이 분명 적지는 않을거야.”

“웅 그래. 제일 처음엔 너무 생소해서 어려웠지만 지금은 사실 재미있어.”라고 대답했다.

Peter는 날 집까지 데려다줬고, 내일 사무실에서 보자며 인사를 했다.

난 집에 들어와 아내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얘기헀다. Peter의 요청에 내가 리뷰한 봇이 해킹을 당했던 얘기부터 그 때 내 컨펌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가 150만불이였고, 그걸 배상해야 했을 수도 있었다. 등등의 얘기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까지의 얘기를 들려줬다.

아내는 그때서야 내가 무언가에 집중해 늦게까지 일했던 이유를 알았다며 그 동안 무슨일이 있나?하며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많았다고 얘길 했다. 그 날 아내와 나는 늦은 밤까지 이 얘기를 했다.

어쨌든 나는 다시 하나의 일이 끝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내 욕심이나 앞으로의 선택과 상관없이 Peter에게 할 최소한의 도의적인 책임은 어느 정도 했다는 생각에 그때서야 안도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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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캔락의 연금술사, 투자, 재테크, 경제적 자유, 원칙 등의 주제에 대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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