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퀀트 팀 대마법사 Chris

[Wizz]

퀀트 팀을 이끄는 대마법사는 Chris였다. Chris는 늘 검정색 데님에 후드티를 입고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다녔다. 누군가와 대화하지 않을 때는 늘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의 첫인상은 어느 잘 생긴 뮤지션같은 느낌이었다.

퀀트 팀과 처음 미팅을 할 때, 바로 내 맞은편에 앉아 앞으로 어떤식으로 일을 할지 또 자신들의 역활은 무엇인지 설명했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게 가라 앉았지만 중저음의 보이스톤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목소리가 작아서 난 그의 말을 잘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했었다. 다른 마법사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말을 거들지도 특별한 말을 하지도 않았다. Chris 그 혼자 내게 얘기하고 있었다. 그것도 작은 목소리로. 난 속으로 ‘어떻게 퀀트 팀은 제일 막내만 얘기를 하지. 나를 무시하는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마음이 들자 나는 이내 좀 심드렁해졌다. 그렇게 첫 미팅은 끝났다. 퀀트 팀 마법사 중 한 사람이 내게 자신의 명함을 건냈다. 그러자 다른 마법사들도 내게 명함을 건내기 시작했다. Chris만 혼자 자신의 노트를 바라보면서 무언가 생각하는 듯 했다. 나는 받은 명함들을 한번씩 살펴보고, Chris에게도 명함을 하나 달라고 했다. Chris는 당황스레 명함을 찾았고 약간 꼬깃해진 명함 하나를 지갑안에서 찾아 내게 건냈다. 그리고 난 Chris 명함을 보고서 그 때서야 깨달았다. 그는 막내 마법사가 아니었다. 바로 퀀트 팀을 이끄는 대마법사였다.

그날 미팅 이후, 자산 시장 예측에 대해 연구하는 젊지만 재능있는 천재 마법사들과 미팅이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인상적이었던건, 퀀트 마법사들은 각각의 시장을 개별적으로 보는게 아니라 연결된 그래프로 본다는 점이었다. 주식, 포렉스, 자원 등의 상품부터 크립토까지, 그들에게 개별 자산들은 연결된 그래프 속 각각의 노드가 된다.

각 자산 시장들의 커넥터는 결국 해당 자산과 인접 자산 시장 간의 Monotonic Value가 되는거죠. – Chris, 퀀트 대마법사

그들의 말은 이런식이다.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절대 질문을 해서도 안된다. 질문을 하는 순간 몇시간 동안 추가 설명을 들어야 했다. 문제는 그들이 추가 설명을 해줘도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늦은 밤까지 쉼없이 설명하는걸 다들 좋아했다.

나는 그들에게 그냥 공식을 달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공식의 배경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설명을 계속 이어서 하곤 했다.

나중엔 요령이 생겨, 그들의 설명을 들으며, 딴짓을 하기도 했다. 왜냐면 결국 미팅이 끝날 때 공식을 줬기 때문이다.

새로운걸 배우는건 늘 어렵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그들의 말이 옳았다. 내가 얼만큼 이해하고 있는지에 따라 그들과 함께 봇의 미세 조정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각 자산 시장의 상관 관계 중 이미 알려진 다수의 변수들과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변수들이 있고, 이 변수들은 인과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과관계란 이러한 연관들의 확률적 관계가 인식적이며 우리가 알고 있거나 믿고 있는 것들을 반영하는 객관적이면서 물리적인 제약임을 의미합니다.” Chris가 설명을 계속 하고 있고 난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미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얘기들을 하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자산 시장을 인과 관계의 네트워크로 봤을 때, 그와 결합된 영향들로 인해 발생하는 개별 자산들의 행위들을 통해 시장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지는거죠! 이런 인과 관계를 우리는 Popular Influence, Cascade Effects 그리고 Power Laws라고 부릅니다.”

딥 러닝의 모든 인상적인 성과는 곡선 피팅에 불과해요. – Judea Pearl (Turing 상 수상자)

대부분의 인공지능은 상관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PEARL은 패턴 일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인공 지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차이에는 X과 Y를 유발한다고 해서 Y가 X를 유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를 위해서 새로운 수학적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Chris는 차트의 인과 관계를 사용한 AI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설명했다. 예측 능력과 예측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능력을 포함하면 많은 통계학자들이 불가능하다고 간주했던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다고 얘길 했다. 그는 그렇게 변수들 사이의 인과 관계를 계산해 시장 예측 모델 공식을 나를 위해 만들어주고 있었다.

Chris는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 팀은 시장 예측을 시작할 때 Benoit Mandelbrot의 통계 물리학을 사용했습니다. 보통 다중 프랙털 분석으로 알려져 있는데, 기본 전제는 시장 가격은 Well-Mannered 한 종 모양의 차트를 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를 전제로 만든 예측 모델의 정확도는 예상과 달리 좋았습니다.”

그는 계속 설명을 했다. 난 속으로 ‘어서 이 시간이 그냥 지나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두번째 시도는 곡선 피팅을 사용하여 결과를 예측하는 딥러닝입니다. 이를 통해 정확도를 크게 개선하긴 했지만 Peter와 David 등 베틀스테이션의 대마법사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더 많은 것이 필요했습니다. 곡선 피팅은 주어진 이산 점 집합 (xi, yi), i=1,2,3…n에 가장 적합한 대략적인 곡선 y = f(x)를 구성하는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미래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문제는 곡선이 예측의 원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미친놈아 뭔소리야. 제발 알아듣게 설명하거나 그냥 공식을 달라고’ 나는 이제 속으로 화가 나기 시작했다.

“딥러닝의 곡선 피팅 방법의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시장 가격이 그 자체로 단기적인 예측이라는 점입니다. 다행인건 새로운 예측을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최대 몇 분 정도도 짧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다음 거래를 위한 가격 전망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잠깐만 Chris, 이걸 내가 다 알아야 해.” 나는 Chris의 설명을 끊으며 물었다.

Chris는 내게 웃으며 대답했다. “잠깐 쉬었다 할까요?”

‘아니 나는 그만 듣고 싶어. 쉬었다가 또 들어봐야 내가 이해할수가 없다고.’ 내 속마음은 이랬지만 눈을 반짝이며 날 바라보는 Chris를 보니 그렇게 대답할 수 없었다. 난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웅 잠깐 쉬었다 하자. 지금 이 설명이 이 문서에 적힌 공식 때문인거지?”

Chris는 늘 종이 한장에 공식 하나 또는 다이어그램 하나만을 적어왔고, 난 ‘오늘은 일찍 끝나겠는데’하며 늘 방심한체 Chris 팀과 미팅을 가졌다. 그렇지만 그의 설명은 몇시간씩 진행되곤 했다. 심지어 그의 눈빛을 보면 ‘이 늙은 머글에게 마법과 연금술을 위한 주문을 가르치겠어!’ 하는 결의가 느껴졌다. 그는 내게 설명하는 걸 즐기는거 같았다.

Chris는 환하게 웃으며 내게 대답했다. “네 맞아요. 설마 벌써 다 이해하신건가요?” 나는 그의 질문에 그냥 허허 웃고 있었다.

‘재수없어. 이해했냐고? 하나도 모르겠다고.’

난 그렇게 무척이나 머리가 뜨거워지는 여름을 마법사들과 보내고 있었다.

여름이 끝나갈 때, 난 그들의 언어로 연금술의 주문을 함께 외우고 있어다. 야발라바 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