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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좀과 생각의 구조, 제텔카스텐


wista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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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뿌리, 사고의 노마디즘. 리좀. 생소한 말이죠? 저도 리좀을 만나고 나서부터 들뢰즈를 파기 시작했습니다.
리좀을 잘 설명하기 위해선 학문의 구조적 기반, 수리철학을 갖고와야한다고 생각해요.

 

수학은 역사적으로 논리주의 직관주의 형식주의를 지나 마침내 구조주의로 넘어가게 됩니다. (한줄요약있음)

수학을 명제 논리학으로 재가공하려던 때가 있었습니다. 논리가 가장 중요한게 아닐까라는 단순한 아이디어였죠.
하지만 어느순간 역설앞에서 완전히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논리만으로는 믿음을 줄 수 없게 된 것이죠.
그렇게 논리가 지고 직관주의도 도래했었습니다. 믿음을 보증해주는건 논리가 아니라 직관이라고 말하는거죠.
하지만 직관으로 생각하면 직관으로 인지되지 못하는 모든것들에 대해 믿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예를 들어 직관으로 이해한 원소들의 끊임없는 나열, 즉 무한은 직관적으로 인지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형식주의입니다. 형식주의에서는 논리와 직관 너머의 형식을 따지기 시작합니다.
어떤 명제의 근원이 되는것은 공리들과의 연결적 형식이고, 직관이 한정적 공리를 만들어 내고,
논리가 한정적으로 믿을 수 있는 연결을 만들어낸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형식이 수학적 탐구의 대상이 아닐까 생각했던 겁니다.
그렇게 힐베르트 프로그램에서는 형식을 기반으로 완전성과 무모순성을 가져가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형식주의적 형식 체계는 스스로의 무모순성을 완전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괴델의 정리에 의해 무너져 내립니다.

그 이후 수학자들은, 어떤 하나의 진리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을 포기하고, 탐구의 대상이 어떤 개별적 대상이 아닌,
수학적 구조 자체라는 점을 들어 구조주의로 넘어오게 됩니다.
수학의 구조는 트리구조입니다. 공리 공준을 기반으로 수많은 명제를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수학적 탐구의 대상은 이미 쌓아올려진 공리를 기반으로 결정되어진 구조를 탐구해가는 과정이라는 거죠.
그래서 현대 수학은 가능한 모든 구조를 탐구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시수학구조론인 위상수학과 미시수학구조론인 추상대수학이 만들어졌다고 이해하고 있어요.

네 말이 길었는데요, 사실 짧습니다... 훨씬 길고 복잡한 내용인데, 간단하게 설명하려다 보니... 설명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수학은 다른 모든 학문과 다르게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점에서 학문 가능성의 단초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그런 수학의 기초로,
현재 가장 인정받고 있는게 구조주의입니다.

한줄요약 : 학문에 있어서는 구조가 중요하다 라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모든 학문과 지식은 구조로서 드러나게 됩니다.

지식이 연결되어 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지식의 가장 효율적인 형태는 계층적 트리구조로 드러나게 되는거죠.
그리고 들뢰즈는 이런 계층적 트리구조에서 트리에 착안합니다. 트리구조는 줄기에서 시작하여 분화하고 분화하는 분류적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의식과 무의식을 늘 생각하는데, 의식은 드러나지 않은 무의식의 빙산에 일각이라고 하는것 처럼,
트리구조의 심연에 대해 더 강력한 호기심이 나타났던 것 같습니다. 당시 시대 상 자체도 구조주의가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기도 했고, 그래서 해체주의가 도래하기도 했죠.
그렇다고 학문 자체가 가지는 구조 자체가 해체된것도 의미없는것도 아니지만, 구조를 해체하면 너머의 새로운 시각이 나타난다는데 집중한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는 마치 전혀 연결될것같지 않던 두 상의한 구조의 특수한 부분들이 만남을 가지는 새로운 경험을 주게 됩니다. 
마치 전혀 다른 맥락에서 자라온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 서로의 느낌 자체를 이해하는 낯선만남을 발견하는것처럼요.
심리학에서의 무의식의 탐구처럼, 식물의 보이는 부분 (트리구조)의 너머에서 식물을 탄생시키는 기반구조에 대해 탐구하게 됩니다.

 

그렇게 탄생한 개념이 리좀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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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 무의식을 탐구한 것처럼 들뢰즈도 학문의 기반이 될 수 있는것에 대해 탐구하게 된거죠.

 

리좀은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닙니다.
우리가 특별히 인지하지 않지만 하루에도 수천번 사용하는 그 생각법이죠.

우리가 평소에 떠올리는 모든 생각들은 학문보다 매우 자유롭고 그 방향성도 어디로 튈지 모릅니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떠오른다면 그 생각의 꼬리를 따라서 연결되고 이어나가고 또 연결되고,
마치 잔디가 땅 속에서 뿌리를 뻣어나가는 과정과 같이 수직적 구조가 아닌 수평적으로 연결 연결되어가는 과정과 같습니다.
들뢰즈는 수학에서 대수를 기하평면에 옮겨 그림으로 사고 할수 있는것 처럼, 우리의 생각도 시각적인 구조로 표현된다고 생각했던것 같아요.

그렇게 뿌리적 사고와 줄기적 사고를 나누고, 쌍떡잎 식물과 외떡잎 식물, 식물의 다양한 구조적형태에 대해 얘기하며, 심지어는 동물적 사고를 얘기합니다.
동물은 이 식물에서 저 식물로, 이 식물의 고구마 뿐만 아니라, 저 식물의 열매를 먹으려 움직이죠.
그렇게 동물의 몸에서는 이 식물과 저 식물이 한되엉겨 구체성을 잃고 피와 살이됩니다.

(이런 동물적 사유는 추상성에서 비롯하는것같습니다. 추상은 어떤 경험과도 마주치며 연결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어떤 구조인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비밀이란 키워드도 마찬가지죠. 무엇이든 연결시킬 수 있는 마법과 같은 개념입니다.

추상적 개념으로부터 개인의 구체적 경험이 연결되고, 생각들이 전이되고 움직이고 개념을 확장시키고,
인지를 조절하게 하여 더 많은 사건들과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새로운 위치에 도달하면 또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여러 형태를 만들어내게 되었고,
대화했지만 제텔카스텐했고, 생각과 추상 그리고 경험이 한되 어우러져 리좀을 형성했고,
이런 것들이 근방에 빼곡해져 하나의 체계로 수렴하게 되면
제법 단단한 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게 제텔카스텐하는 과정, 학습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세브모임 수장님이신 태현님도, 제텔카스텐의 가장 단순한 형태는 대화인것같다고 말씀하신것처럼요

 

 


 

Edited by wista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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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


추천 댓글들

  • 커뮤니티 안내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겐 생소한 단어들이 많아서 구체적인 개념이 머리에 바로 떠오르지 않아, 앞으로 몇번 더 읽어보면서 천천히 다시 음미해볼 계획입니다.

저도, 제텔카스텐을 줄기를 만들고 가지를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글들을 읽고, 메모를 하고, 연결을 하고, 그 과정에서 이전 메모를 계속 뒤적이는 재학습의 과정을 통해 단단하고 두껍고 또 새롭게 뻗어 나갈 수 있는 줄기와 가지들을 만든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익숙함에서 편안함을 찾으려고 하는데, 저는 제텔카스텐을 하면서 이런 마음을 지금 제일 경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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