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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진정성


wista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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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란 인간의 생활이나 삶의 변화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수동적인 것인가?
능동적인 언어, 생활양식이나 삶에서 보이지 않지만
그것들을 이끌고 가기에 충분한 힘을 가진 언어가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언어다. - 김수영을 위하여, 강신주

말의 본질은 무엇인가.
말의 대부분은 말하는 자의 욕망을 내포한다.

즉, 욕망이 먼저 생기고 나서 말이 튀어나오는 것을 이해한다면, 언어는 수동적인 것이다.

정제되지 않은 욕망과 정제되지 않은 말들은 얼마나 더러운가.
모든 주의를 앚아가려는 쏟아져나오는 정보의 강제력.
어린시절 싫어하던 싫어하던 과목을 억지로 공부하는것마냥 폭력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언어가 있다고 한다.
진정한 언어는 단순히 촉발된 욕망에 의해 수동적으로 튀어나오는 그런것이 아니라. 언어가 능동성을 가지고 힘을 지녔다면,
그 언어는 삶 자체를 변화시키는, 삶을 이끌어내는 힘을 지닌 언어여야만 한다.

 

쏟아지는 말의 시대. ai가 말을 쏟아내는 시대. 우리는 왜 ai의 말에 열광하는가?
ai는 욕망의 말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요청한 정보를 확률적으로 조합하여 요청을 만족시킨다.

그럼 ai의 말은 진정한가? 능동적인가? 

진정한 언어는 아주 까다로워 보인다.
욕망이 제거된 ai의 말에서 조차 진정성을 느끼기 힘드니 말이다.

우리는 언어의 진정성을 단순히 말하는자의 표정에 의해 판단하지 않는다.
진정성은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는 진실한 소리에서 비롯한다.
즉, 온몸으로 본인의 말을 살아낼 수 있는 사람이, 살아낸 바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언어는 그저 언어에 그치지 않고, 삶 그자체 뿌리를 두고 있다.

스스로의 삶을 말하는것은
촉발된 욕망에 의해 수동적으로 배설되는 욕망의 말이 아닌,
그저 진정한 삶과 진정한 언어 자체가 아닐까.

 

그럼 이런 진정한 언어는 언제 힘을 가질 수 있는가?

진정한 언어는
누군가의 마음에 벽을 허물고,
단단히 고정된 기둥을 와해시키는 일을 해야만 하지 않은가?
그저 낯선 인상에 그칠게 아니라,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강력함이 필요한게 아닐까.
스스로의 세계가 와해되는데 불안하지 않고, 이정표가 되어 길을 보여준다면
지각변동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언어는 삶으로 말하는 온전한 애정인듯 하다.

 

언어가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다면 그 언어가 진정하다면
그 자신을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을것이다.

하지만 말은 본래 해석하는 자에 따라 주관적으로 이해되기 마련
즉, 들을 귀가 있는자만 들을 수 있다.

반면 행동은 갑작스럽게
삶의 안으로 들어와 삶 그자체 되는 것,

듣지 못하는 자도 듣게 만드는 힘은
누군가의 삶의 반경 안으로 파고드는
행동이어야만 하지 않는가.

Edited by wista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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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Recommended Comments

  • Administrators

와, 정말 비타이탄 사이트의 격을 올려주시는 글이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차분히 읽으면서 차를 한잔 마시면서 생각을 하고 또 스스로를 반성도 해보았습니다.

일이 바빠지면서, 하루 하나의 포스팅이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글을 싸질르고 나서 이 글을 읽으면서 반성을 했습니다.

귀한 글이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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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P Members

@Key님의 글에는 늘 경험과 삶이 묻어나서 좋아요.
반성이라뇨~ 키님의 글에 비하면 제 경험은 너무나 미숙합니다. 늘 존경과 귀감이 되고 있으십니다.
저도 이글은 예전에 읽었던 책.. 그리고 tmi 토커, 말이 많아도 쓸데없이 너무 많은 친구한테서 영감받고 썼던 글인데..  
그 친구 보면서 말을 줄이고 글을 더 쓰자 라고 생각이 했었어요. 그저 욕망에 불과했던 말이 제법 가공된 언어로 정제되면 
굳이 애써 누군가에게 소음이 되지 않고, 말로 한마디 하고싶은 내 욕망을 다스릴 수 있는것같더라구요. 그렇게 표현을 정제하고 나면,
다시 마주칠 그 상황에서 욕망을 덜고 진솔하게 얘기하기도 좋은것같구요.

Edited by wista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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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dministrators
12 hours ago, wistaria said:

@Key님의 글에는 늘 경험과 삶이 묻어나서 좋아요.
반성이라뇨~ 키님의 글에 비하면 제 경험은 너무나 미숙합니다. 늘 존경과 귀감이 되고 있으십니다.
저도 이글은 예전에 읽었던 책.. 그리고 tmi 토커, 말이 많아도 쓸데없이 너무 많은 친구한테서 영감받고 썼던 글인데..  
그 친구 보면서 말을 줄이고 글을 더 쓰자 라고 생각이 했었어요. 그저 욕망에 불과했던 말이 제법 가공된 언어로 정제되면 
굳이 애써 누군가에게 소음이 되지 않고, 말로 한마디 하고싶은 내 욕망을 다스릴 수 있는것같더라구요. 그렇게 표현을 정제하고 나면,
다시 마주칠 그 상황에서 욕망을 덜고 진솔하게 얘기하기도 좋은것같구요.

말이 설득의 과정인 경우가 많았던 저는 제 생각을 최대한 (후회없이) 관철시키기 위해 말을 많이 하는거 같습니다. 

대게는 애정이 있을 때, 진심을 담아 설득을 하는 경우 상대방이 나중에 알아주는 경우엔 참 감사함을 느낍니다.

마빈 해리스, 인류학자이자 교수인 그 분이 "안될꺼 같았던 일은 결국 안되더라." 란 얘기를 늘 가슴에 새기며, 그래서 안될꺼 같은 일을 어떻게 하면 되게 할지 또는 덮게 할지를 얘기하는 지루하고 지루한 설득의 과정들이 저에겐 늘 중간에 포기할까 말까에서 고민을 했던 순간들이었던거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슬픈게, 이제는 정말 다른 젊은 동료들의 반짝 반짝 빛나는 생각들이 맞는 경우가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제프 베조스의 "생각은 다르지만 한번 해봅시다."를 마음에 새기고 다닙니다.

그들이 날 설득하기 위해 지루한 반복들과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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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곱씹어 읽었습니다.

저는 제 마음속에 흐릿하게 존재하는 낭만을 동경하며 살고 있급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조금 뚜렷해진 것 같습니다.

인상 깊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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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2023. 2. 14. at 오후 9시 40분, Key said:

말이 설득의 과정인 경우가 많았던 저는 제 생각을 최대한 (후회없이) 관철시키기 위해 말을 많이 하는거 같습니다. 

대게는 애정이 있을 때, 진심을 담아 설득을 하는 경우 상대방이 나중에 알아주는 경우엔 참 감사함을 느낍니다.

마빈 해리스, 인류학자이자 교수인 그 분이 "안될꺼 같았던 일은 결국 안되더라." 란 얘기를 늘 가슴에 새기며, 그래서 안될꺼 같은 일을 어떻게 하면 되게 할지 또는 덮게 할지를 얘기하는 지루하고 지루한 설득의 과정들이 저에겐 늘 중간에 포기할까 말까에서 고민을 했던 순간들이었던거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슬픈게, 이제는 정말 다른 젊은 동료들의 반짝 반짝 빛나는 생각들이 맞는 경우가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제프 베조스의 "생각은 다르지만 한번 해봅시다."를 마음에 새기고 다닙니다.

그들이 날 설득하기 위해 지루한 반복들과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죠.

키님의 한마디 한마디 진정성이 어디 가지 않네요.
슬프다고 마음에 새기신 한줄 마저 존경스럽습니다.
키님같은 분을 알게된게 참 행운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언젠가를 위해 새겨놔야겠어요.
감사합니다.
 

Edited by wista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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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hours ago, 이태극의 세컨드브레인 said:

두번 곱씹어 읽었습니다.

저는 제 마음속에 흐릿하게 존재하는 낭만을 동경하며 살고 있급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조금 뚜렷해진 것 같습니다.

인상 깊게 잘 읽었습니다.

아이고 태극님 댓글을 왜 못봤죠
'김수영을 위하여'라는 책에서 저도 본거긴한데.. 책에 태극님이 좋아하실 말들이 아주 많을것같아요.
시간 나면 조금 읽어보시면 아마 사시게 되지 않을까..ㅎㅎ
묵직한 진지함으로 가득차있는 책이어서 아주 인상깊을 뿐만 아니라 저도 태극님처럼 낭만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날것인것같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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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필담을 나누는 느낌이라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또 댓글을 읽고, 이 과정이 저는 참 좋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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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2023. 2. 16. at 오후 5시 15분, Key said:

댓글로 필담을 나누는 느낌이라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또 댓글을 읽고, 이 과정이 저는 참 좋내요 >.<

맞아요. 저도 키님처럼 엄청나게 생산적이진 못하지만 한땀 한땀 즐겁습니다. ㅎㅎ 
어렸을 때도 철학 카페에서 이런 생산적인 필담을 한참이나 댓글로 나눴던 기억도 납니다.
그때는 지금 키님처럼 모든 글에 관심을 갖고 제 느낌을 댓글로 남기고, 그렇게 많은 분들과 대담을 나눌 수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때보다 못한것 같습니다. 그때는 커뮤니티가 채팅 전혀 없이 게시글과 댓글만으로도 충분히 잘 굴러갔었던 기억이 나요.
철학카페다 보니, 댓글 하나 쓰는데도 두시간은 걸렸던것같구요 ㅎㅎ 또 한참 기다리다 대댓글 받고 또 한참 고민하고.. 
글 하나에서 몇일동안 오래 고민하고 대화했던 기억이 여기와서 재현되는걸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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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dministrators
17 hours ago, wistaria said:

맞아요. 저도 키님처럼 엄청나게 생산적이진 못하지만 한땀 한땀 즐겁습니다. ㅎㅎ 
어렸을 때도 철학 카페에서 이런 생산적인 필담을 한참이나 댓글로 나눴던 기억도 납니다.
그때는 지금 키님처럼 모든 글에 관심을 갖고 제 느낌을 댓글로 남기고, 그렇게 많은 분들과 대담을 나눌 수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때보다 못한것 같습니다. 그때는 커뮤니티가 채팅 전혀 없이 게시글과 댓글만으로도 충분히 잘 굴러갔었던 기억이 나요.
철학카페다 보니, 댓글 하나 쓰는데도 두시간은 걸렸던것같구요 ㅎㅎ 또 한참 기다리다 대댓글 받고 또 한참 고민하고.. 
글 하나에서 몇일동안 오래 고민하고 대화했던 기억이 여기와서 재현되는걸 느낍니다.

와 너무 멋진 추억이신대요. 

세상이 너무 빨리 편리해지고 변하고 있지만, 이렇게 필담을 주고 받으면서 쌓는 우정(?)이 엄청 단단해지는 관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저는 상상해보고 있어요. 

시작점이 되는 글과 댓글에 그래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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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신혼 첫날밤이 생각났습니다. 

창호지에 구멍을 내고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글도 몰래 챙겨 갑니다. 

'양심'은 있어 챙겨 가는 목록은 두고 갑니다.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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