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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이 되고 싶다면, 우선 수집부터 하세요.


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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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작가, 음악가, 디자이너는 자신을 거장이 아니라 훌룡한 "수집가"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요리사가 식재료를 찾아다니듯 집요하게 작품을 소비하고 수집한다. 그래서 각 분야에서 최고가 된 인물들을 보면 이름을 날리기 휠씬 전부터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품을 수집한 경우가 많다. 앤디 워홀은 미술품을 데이비드 보위는 음반을 줄리아 차일드는 요리책을 모았다.

닥치는대로 영화를 보던 영화광이었던 소년은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며 손님들에게 영화를 추천했다.  일을 하면서 엄청난 양의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그 소년은 나중에 영화 감독이 된다.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

헤밍웨이가 보유한 책은 9,000여 권이 넘었고, 매년 200권씩 책이 늘었다고 한다. 

뛰어난 사례를 모으는 것이 왜 이토록 중요할까?

최고에 이르기 위한 첫 단계가 바로, 최고에 이른 이들의 작품을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분야를 호령하는 전문가들도 처음에는 그 분야의 성과물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험이 쌓여 취향이 세련되어지면 자신이 동경하는 요소와 경멸하는 요소에 예민해지게 된다.

톰 페로타는 30년 넘게 글을 써온 소설가인데, 그는 지금도 집요한 독서가 훌룡한 글을 쓰는데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는 말한다.

"끊임없이 읽지 않는다면 그는 작가가 아니다."라고

사례를 끊임없이 접하고 경험하면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실력이 쌓이게 된다. 예컨대 의식적으로 애쓰지 않아도 그 분야의 일반적 규칙과 관습을 흡수하게 된다.

또, 사례를 경험하는 것은 성취에 대한 관점도 넓혀준다. 우리는 최고 수준에 도달하려면 무엇보다 연습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전문가가 되려면 명확한 목표와 즉각적인 피드백,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는 명백한 문제가 있다.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방식은 연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고의 아이디어는 혼자서 고립되어 연습하는 시간에선 나오지 않는다. 최고의 아이디어는 거장들의 작품 안에 들어 있다.

수집하는 양이 많으면 패턴을 찾기도 그 만큼 쉬워진다. 연구하고 분석할 뛰어난 사레가 많을수록 공통된 특성을 찾아내기가 더 쉬워진다는 말이다.

- 역설계, 론 프리드먼

 

+

 

지금은 Adobe에 인수된 후 여러가지 보안상의 문제로 역사속에서 사라진 Macromedia 사의 Flash를 처음 접했을 때 충격이었다.

정적인 웹사이트를 동적으로 화려하게 바꿔줄 수 있는 그 놀라움에 푹 빠졌었는데, 그 때 결정적인 역활을 했던 웹사이트가 있다. 바로 웹 디자인 회사였던 Eye4u의 인트로 무비였다.

1998년 작품이다. 지금 보니 너무나 촌스럽지만, 당시의 모니터 해상도와 컴퓨터 스팩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웹사이트(Flash로 제작된)는 정말 (내겐) 충격적이었고 Cool 해보였다.

Flash를 공부했고, 어느정도 만들 수 있게 되었을 때 한계를 느꼈던 지점이 있었다. 디자인 전공이 아니어서였을까? 모션 이펙트를 위한 아이디어가 정말 제약적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영화 시작할 때 나오는 인트로를 보면서 와 저런 구상들로 플래시를 만들면 멋지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당시 멋진 영화 인트로 구성과 애니메이션 등을 스케치하고 메모했던거 같다.(당시엔 유튜브도 없었고 영화들을 컴퓨터로 보기 위한 방법도 제한적이어서 비디오를 돌려보며 열심히 구성을 스케치하고 메모했었다.) 

역시 지금 보면 특별함이 전혀 없지만, 글자들의 페이드인아웃과 타이틀이 페이드-아웃되면서 사진이나 장면으로 이어지는 구성들 하나 하나가 당시 나에게는 모두 배울 점들이었다.

그렇게 배우면서 난 한국어로 만든 다양한 플래시 콘텐츠들을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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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판에서 졸은 뒤로 물러날수가 없다. 그냥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자. 그러다보면 "장이야!"하고 외칠 날도 오지 않을까?"

플래시 파일 첨부는 안되서 이미지 캡쳐, 부끄럽지만 당시에 많은 작가님들과 콜라보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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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의 경험 때문이었을까? 난 여전히 새롭게 배우는 모든 분야에 도전할 때, 겸손하고 열린 마음을 유지하며 좋은 사례들을 수집하고 따라해보면서 내 자신만의 방식과 방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거 같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수집은 너무나 중요한거 같다.

특히 좋은 재료와 그렇지 않은 재료들을 구분하는 안목을 기르는건 정말 중요한거 같다.

데본싱크에 내 관심사들을 차곡 차곡 모아왔던걸 이제 내 메모들과 연결해서 아웃풋으로 만들어 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생각들이 연결되면서 결국 지금 beTITAN 사이트를 만든 이유들이 되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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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


추천 댓글들

  • beTITAN 정회원

1998년의 flash. 지금봐도 멋진걸요?

GIGO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인풋이 들어가는지가 아웃풋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그래서 교육을, 육아를 할때 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간다는 맹모삼천지교라는 말도 있겠지요.

좋은 것을 보고 그것을 역설계하며 경험을 쌓아가신 키님이 대단하십니다.
양질의 컨텐츠를 소모하는 것과 그것을 바탕으로 아웃풋을 만드는 것은 다르니까요.

키님 글을 읽다보니 제 옛날 생각도 납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다닐때 TI-82라는 계산기를 썼었어요. 조금 더 비싼 TI-83을 썼으면 친구들에게 게임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는데 제거는 그게 불가능했죠.
그래서 부러운 마음 + 심심한 마음에 제 계산기의 프로그래밍 기능을 이용해서 각종 게임을 만들었던 것이 생각합니다.
나중에는 윈도우 같은 원시적인 GUI도 만들었었어요. 그렇게 만들어가며 실시간 입력 대기에는 loop가 사용된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깨달았고,
아이콘 주변에는 네모난 경계를 만들어야 마우스 커서 클릭이 가능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이 모든 것이 동시대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컴퓨터를 많이 접했던 덕이지요.

저도 그 이후엔 새로운 일을 도전할때 그 분야의 좋은 사례를, 좋은 컨텐츠를 바탕으로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저와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요.

키님 덕분에 아침부터 좋은 인사이트 획득과 추억 되살리기를 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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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뮤니티 안내자

에이 지금 보면 촌스럽긴 하죠. 그래도 그 땐 저 벡터 기반의 플래시 에니메이션을 보면서 가슴이 두근 두근 뛰곤 했답니다. 나도 저렇게 만들고 싶다에서 시작했던거 같아요.

아닛 그런데 계산기로 그런 멋진 일들을 했다는게 정말 놀라운데요.

+

지금 현재와 거리가 있더라도, 시도를 계속 하셨으면 합니다.

왜냐면, @사이시옷님은 되실 분이거든요. 제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압니다. 후훗

+

이 노래를 띄웁니다.

이 노래를 사랑 이별 노래로 생각을 하는데, 사실은 아니예요 >.<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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